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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험이 되었던 청각장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 인공달팽이관 수술 지원 Story

너무나 흔해서 평소에 그냥 흘려듣게 되는 소리가 있습니다.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와 같은 것들이죠. ​ 하지만 한때 소리를 잃었던 김명자(가명) 씨에게는 다시 듣게 된 이 모든 소리가 놀라운 선물과도 같았는데요. 선한 의지로 뭉친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hamphil.com)의 기부를 통해 소리를 찾은 김명자 씨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예고 없이 찾아온 ‘소리 없는 세상’


김명자 씨에게 난청이 찾아온 건 4년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쓰러진 후 깨어나 보니, 급성 메니에르 판정을 받았습니다. 메니에르는 돌발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고, 청력이 떨어지며, 이명과 이충만감을 느끼는 질환입니다. ​ 명자 씨의 청력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습니다. 한쪽 귀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나머지 귀도 소리를 들어도 단음만 들릴 뿐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됐습니다. 누가 불러도 듣지 못해 오해를 받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 그렇게 서서히 명자 씨의 세계에서는 사람 말 소리, 밥 할 때 소리, 물 틀 때 나는 소리… 소중한 소리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해 화재가 난 적도 있었습니다



혼자 사는 명자 씨에게 갑자기 찾아온 소리 없는 세상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 소리 방향 감각이 한꺼번에 사라져 여기저기 넘어지고 부딪히다 보니 온몸의 뼈가 성하질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부러졌다가 붙기도 전에 다리가 부러지고, 또 팔이 부러지고…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도, 가구와 벽이 갑작스럽게 몽둥이처럼 변하곤 했습니다. ​ 한번은 주전자를 올려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물 끓는 소리를 듣지 못해 불이 난 적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방 전체가 화재로 다 타버리는 동안 화재경보기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목숨만이라도 건진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 외출하면 교통사고가 날 뻔한 위험한 상황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자연스레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집에 누워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기를 2~3년. 그녀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고, 삶을 포기하려는 마음마저 들 정도로 우울증은 심해졌습니다.



2천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 때마침 찾아온 도움의 손길


명자 씨는 건강하던 시절에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며 지냈습니다.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쌀이나 반찬거리도 종종 사다 주었습니다. 봉사를 위해서 일부러 미용 기술도 배웠던 그 때. 그렇게 다른 사람을 돕고 나눔을 실천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명자 씨는 인공와우 수술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 하지만 수술비가 문제였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2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술비를 혼자만의 힘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 돈을 벌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명자 씨에겐 수술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명자 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것이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입니다.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18년 제주 4.3사건 추념 음악회를 열었던 음악인들이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좋은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결성한 오케스트라입니다. 그동안 정기연주회를 통해 시각장애인 개안수술, 어린이 심장수술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며 나눔을 실천해왔는데요. ​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번 음악회의 수익금을 전액 명자 씨의 수술비로 기부해주기로 했습니다.



다시 찾은 소리




연주회는 4월 17일 토요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진행됐습니다. 미리 수술을 받고 소리를 찾은 명자 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동안 명자 씨도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했습니다. 다시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 그 무엇보다 명자 씨를 기쁘게 한 건, 다시 외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밝은 햇살, 길가에 핀 철쭉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 “집에서만 생활하다가 음악회 참석하려고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 아침에 외출 준비를 하다가 새 소리를 듣게 돼서 정말 놀랐어요. 주머니에서 뭘 꺼내는 소리, 주변에 사람이 걸어가는 소리도 들리니까 너무 기분 좋았어요.” ​ 음악회가 끝나고 명자 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손뼉을 쳤습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이 바로 명자 씨에게 소리를 찾아준 고마운 음악이었으니까요.




소리를 다시 찾게 된 명자 씨에겐 조금 특별한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 “저도 소외된 삶을 살아봤잖아요. 저처럼 어려운 가운데 있는 사람들, 특히 소년소녀 가장들을 도우며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선 돈을 벌어야 하니까 외부활동을 조금씩 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해요.” ​ 나눔은 또 다른 나눔을 낳습니다.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부터 이어진 나눔은 명자 씨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게 되겠지요. 즐겁게 봉사의 꿈을 이야기하는 명자 씨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습니다. ​ 아직 조심스럽지만 한 발, 한 발 세상을 향해 다시 발을 내딛기 시작한 김명자 씨의 꿈을, 사랑의달팽이도 응원합니다.


[출처] 삶의 위험이 되었던 청각장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 인공달팽이관 수술 지원 Story

작성자 사랑의달팽이

원문링크: https://blog.naver.com/snailoflove/22232360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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