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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Cham Philharmonic Orchestra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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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사회와 역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음악인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2018년 제주 4.3 사건 70주년 추념음악회에 함께 했던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목관, 금관, 타악 대표 그리고 부 지휘자가 뜻을 모아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하였습니다.

 

창단 이래,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정기연주회를 자선연주회로 열고 있습니다. 정기연주회는 연주자들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으며, 티켓 판매금을 전액 기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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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위한 축사

 

‘오토토토토이’를 기억하는 음악가들 

김동규(철학자)

음악이 치료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의술의 신인 아폴론은 리라를 들고 다니는 음악의 신이기도 했죠. 그럼 음악이 가진 치료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뮤직이라는 낱말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습니다. 뮤직은 뮤즈에서 온 말이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뮤즈들은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의 딸들입니다. 말하자면 음악적 치유력은 기억에서 나온 것입니다.

 

‘고통에 대한 기억’.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심인성 질병의 대다수는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외면하고 부인하고 망각하려던 그 아픈 과거가 유령처럼 현재에도 배회하며 사람들을 괴롭힌다는 말입니다. 그런 질환에서 벗어나려면, 아픔을 보듬고 기억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와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려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창단은 주목할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토토토토이(ototototoi)라는 말은 좀 이상하게 들리죠? 그리스 의성어입니다. 격한 비명, 울부짖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토해내는 외침,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탄식이라고 합니다.

 

거의 번역이 불가능한 말입니다.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페르시아인들>에 보면, 마지막에 이 탄식이 등장합니다. 전쟁에 패한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가 코러스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크세르크세스: 이제 내 외침에 화답하여 그대도 외치시오.

코로스: 슬픔에 슬픔으로 처연하게 화답하나이다.

크세르크세스: 나와 함께 소리 높여 노래 부르시오.

코로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ototototoi를 천병희 선생은 ‘아이고’ 번역했죠)

 

 

음악은 슬픔에 슬픔으로 처연하게 화답하는 것입니다. 너무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뜻이 분간되지 않는 말, 오토토토토이가 된 것입니다. 말로는 담을 수 없는 아픔이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된 것이죠. 이것이 (니체가 말했던) 음악의 정신(Geist)입니다. 오랫동안 망각된 정신입니다. 그동안 오토토토토이 음악 정신이 간헐적·일회적으로 뭉쳐 공연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이 정신으로 무장된 음악인들의 결사체는 ‘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계 최초일 것 같습니다. 여기에 기꺼이 참여하신 뜻있는 음악인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게 된 인연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임형섭 지휘자는 제가 진행하는 철학 수업을 청강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랜 벗 구자범 지휘자가 그를 소개해 주었고, 그가 철학 수업을 듣고 싶다고 청해서 그러라고 했죠.

별로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9시 수업이어서 한 두 번 참석하고 말 거라 예상했습니다. 허나 그는 빠짐없이 수업에 참석했고 심지어 기말고사까지 치렀습니다. 성실함은 차치하고라도, 진솔하고 진지한 태도가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아마 그런 태도가 오토토토토이를 기억하려는 음악인들과 동행하게끔 만든 것 같습니다. 그의 음악엔 틀림없이 깊고 융숭한 철학이 담겨 있을 겁니다. 그가 기말고사 답안지에 남긴 이런 문구가 이런 믿음의 증거입니다.

 

“사랑이 고통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창조해내듯, 예술가는 고통을 통해 작품을 창조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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